한국의 문학사와 철학사 리뷰

한국의 문학사와 철학사 리뷰이다. 이 책은 내가 논문을 쓰는데 결정적인 자료가 되었던 <생극론의 역사철학 정립을 위한 기본 구상>이라는 글 때문에 사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제법 두꺼운 분량의 책이지만 너무 재미있게 속독해 버렸다. 기존에 <<한국문학사상사시론>>에서 전개했던 논의들을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은 내용들도 보이고 다른 곳에서 보았던 글들도 실려 있었는데, 특히 <근대극복의 과제와 한일 학문>은 잠을 설칠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일본의 부당한 근대논리를 식민지 체험의 악감정으로 몰아부치지 않고, 차분하고 단호하게 그들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해 주는 그 글은 대승적 학문의 참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 글을 일본 본토의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고 하니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방대한 양으로 쓰여진 <18세기 인성론의 혁신과 문학의 사명>은 중세 후기의 ‘인물성동이논쟁’이 호론과 낙론으로 나뉘어 격렬한 논박을 벌이다가 임성주, 홍대용, 박지원에 의해 일원론적 주기론으로 혁신되는 과정을 중세에서 근대로의 과도기적 담론으로 해석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때 철학의 혁신은 그러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표현(글쓰기)의 혁신과 함께 이루어진다. 이 글을 읽으면서 <<문학연구방법>>이라는 조동일의 저서가 우리 선인들의 문체에서 상당부분 영향받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특히, 문답법과 도설)

읽기와 쓰기을 함께 고려한 <최한기의 글쓰기 이론>도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비판적인 독서는 곧바로 그 비판을 넘어서는 글쓰기를 통해 완성될 수 있다는 읽기와 쓰기의 변증법. 그 외의 여러 논문들도 다른 저작들에서 다루었던 내용들을 좀더 보완하고 가다듬어서 정리해 보다 깊이있는 이해를 도와 주었다.

조동일의 작업은 고전(전통)을 다시 봄으로써 현실의 새로운 논리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 전통의 중심은 최한기로까지 이어진 ‘일원론적주기론’이다. 조동일은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까지 이어진 우리의 사상 혁신이 근대를 완성하지 못하고 만것을 한탄만 하지 않고 자신의 학문적 작업을 통해 성취하려고 한다. 그 작업은 이제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냈다고도 생각된다. 그의 세계문학사론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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