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캣 식당 후기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칠 수 있다면 훔칠 건가요?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을 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범유진 작가님의 [카피캣 식당], 책을 읽기 전 독자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칠 건지, 훔치고 싶은 인생을 살고 있는 자는 누구고 그 자의 어떤 모습 때문에 인생이 탐이 나는지 생각해 보고 책장을 넘겨보길..

사람들은 모두가 다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그리고 나의 삶은 안 좋은 것만 도드라져 보이고 남의 삶은 유달리 좋은 것만 보이기 마련이다. 이 책은 인생을 뺏고 싶은 이들 앞에만 나타나는 카피캣 식당에서 그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요리를 통해 인생이 바뀐 뒤의 삶의 엿볼 수 있다.

특정 거리를 새벽 6시 6분 6초에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고 싶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걷다 보면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카피캣 식당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곳의 주인장은 ‘로키’, 로키는 손님의 욕망이 가리키는 인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인생을 빼앗고 싶은 인물의 깊은 사연이 담긴 영혼의 레시피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곧바로 모습이 바뀌는 건 아니다. 잠에 들었다 눈을 뜨면 세상이 바뀌는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 부치지 못한 달걀말이, 모든 면이 완벽한 입사 동기의 삶을 빼앗기로 마음먹은 주인공, 일을 잘해 상사들에게 예쁨을 받고 집이 부유해 빈티지 명품을 자주 입으며 성격이 좋아 인기도 많은 정기상. 반면 하는 일에 빈틈이 많고 부모님의 취업 선물로 해주신 중고차에 살까지 쪄버린 변만진. 저녁 8시만 되면 신데렐라처럼 집에 들어가는 정기상을 보며 부유한 집의 아들은 집이 엄한 법이라고 생각한 변만진은 정기상의 삶을 빼앗기로 마음먹은 뒤 그의 영혼의 레시피인 달걀말이를 알아낸다.

그리고 결전의 날, 카피캣 식당에서 달걀말이를 먹은뒤 마주한 아침은 생각과 정반대였다. 누추한 집, 그리고 안쪽 방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종소리, 모든 상황을 직면하고 자신의 몸을 가진 정기상에게 찾아가는데..

몸이 바뀌는 소재는 흔한 편이다. 다만 이 책은 흔한 것과는 다른 교훈을 전달하고 있다. 보통은 남의 인생을 갖게 되면 탄탄대로로 풀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카피캣 식당은 다르다. 결코 남의 인생도 다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남들이 탐낼만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간혹 말한다. ‘다른 사람들도 다 힘들어, 힘든데 참고 사는 거야’ 이 말이 증명되는 책이다. 물론 실제로 좋은 삶을 사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나름의 고민과 고통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삶을 전부라 믿고 남을 판단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인생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자신의 삶의 가치를 가볍게 보는 이들에게 귀중함을 알려주고, 자신의 남들보다 더 힘들다 말하는 이들에게 더 힘들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기 때문에 소설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 그리고 청소년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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