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자연과 인간 리뷰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이 땅의 산줄기를 통틀어 일컫는 백두대간이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1990년대 초부터의 일이다. 1989년 산악전문지 월간 ‘사람과 산’이 창간 이래 우리 고유의 산줄기를 되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속적인 현장 답사와 종주 등반을 해온 결과 이제 백두대간 종주는 새로운 산행 형태라는 범주를 뛰어넘어 하나의 산악문화운동으로까지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각급 학교 교과서나 정부 기관, 심지어 제도권의 지리학계에서조차 백두대간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일제시대 때의 명칭 그대로 낭림산맥, 태백산맥 등으로 불리워 오고 있는 것이 현재까지의 실정이다.

2002년 유엔이 정한 ‘세계 산의 해’를 맞이하여 개최된 대한지리학회의 학술발표대회는 백두대간이 처음으로 제도권의 지리학자들로부터 관심을 모았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 대회에서 지리학자들은 우리 산지의 자연환경과 인간 활동을 종합적으로 토론했다.

그리고 당시에 논의된 주제들을 보완하여 일반인들에게 산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 산지 연구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백두대간의 자연과 인간』이라는 책을 펴내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특히 이 책은 ‘세계 산의 해’ 국내 활동을 주관한 산림청의 재정적인 지원과 사단법인 대한지리학회의 후원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뜻깊다.

『백두대간의 자연과 인간』은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며 남북한으로 연결하는 백두대간(함경산맥과 태백산맥을 포함)과 한라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담아 설악산, 오대산, 대관령, 지리산, 한라산 등을 사례로 다루었다. 이 책은 그러한 취지에 따라 각 분야의 전문 지리학자들에 의하여 연구된 결과를 모아 정리한 것이다.

열세 명의 지리학자를 대표하여 경희대학교 공우석 교수는 ‘산과 우리의 삶’이라는 머릿글을 통해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생명선”임을 밝히면서 “백두대간을 포함한 우리 국토의 어느 산자락과 물줄기도 단견적인 사회의 요구와 개인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대상이 아니고, 우리가 숭고한 자연의 위대함과 섭리를 배워야 할 수련과 탐구 학습의 장으로 새롭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2부로 나뉘어진 이 책은 1부에서 ‘우리 민족의 전통적 산지관과 백두대간'(양보경·성신여대 지리학과 교수), ‘산지 환경과 지리정보체계'(성효현·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 교수), 백두대간 상의 국립공원-살아있는 지형(박경·국립공원관리공단 자연생태연구소 책임연구위원), 백두대간의 의미와 관리전략(최영국·국토연구원 국토계획, 환경연구실 연구위원), 산지의 관광자원 활용(김형서·대불대학교 관광외국어학부 교수) 등 5개 장으로 역사지리, 지리정보체계(GIS), 국립공원 지형, 관광자원 등의 측면에서 백두대간 연구에 접근하고 있다.

2부는 백두대간과 산지지형(이민부·한국교원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우리나라의 산지와 기후환경(이승호·건국대학교 지리학교 교수), 산지지역의 수자원(김창환·강원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설악산 일대의 식생과 경관(공우석·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화전농업과 오대산 산촌의 발달(옥한석·강원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대관령지역의 산지 토지 이용 변화(이학원·강원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지리산 산촌의 전통적 기능과 그 변화(정치영·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한라산의 지형(김태호·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등 8개 장으로 지형학, 기후학, 식물지리학 분야와 아울러 산촌 연구 등 백두대간에 대한 자연지리와 인문지리 분야의 연구를 망라하고 있다.

『백두대간의 자연과 인간』은 지리학자들 뿐 아니라 사회과 지리를 담당하는 각급 학교 교사, 언론계 종사자, 산악관련 단체, 환경단체, 백두대간 종주자들이 백두대간의 실체를 보다 폭넓고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