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 인가 리뷰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에 관심이 높아진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가슴 한 구석이 늘 허전한 정신적 배고픔의 원인을 찾은 결과다. 물질문명의 거대한 바벨탑을 세웠지만 현대인의 삶은 팍팍하다.
무한경쟁에 따른 스트레스, 스스로 주체할 수 없게 된 탐욕, 뿌리가 잘려진 듯 흐느적거리는 삶에서 나오는 불안감 등. 물질보다 정신을 강조하며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새로운 삶의 태도는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생태주의·무소유·느림의 미학 등이 화두가 됐고, 산업문명의 정점인 현대 사회에서 명상이나 요가·마음수련·선·영성 등의 단어가 낯설지 않다.
이 새 가치관의 뿌리를 더듬다보면 인디언들의 삶을 만난다. 이 책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는 인디언적 삶의 태도와 사상들을 담은 책이다. 920쪽의 두꺼운 책은 ‘총과 위선’으로 무장한 채 물밀처럼 밀려온 백인문명을 향해 내놓은 인디언 ‘큰어른’들의 말씀이다. 40여편의 연설, 수많은 인디언들의 어록, 그리고 그에 대한 저자의 해설로 구성됐다.
시적인 말 속에는 수천년간 다듬어진 인디언들의 지혜, 백인문명에 대한 비판과 분노, 사라지는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 등이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마치 큰 깨달음을 전하는 잠언집이자 현대문명의 치부를 속속들이 파헤친 문명비평서라는 생각이 든다.
인디언들의 사상이 잘 담겨 숱하게 인용되는 유명한 연설은 시애틀 추장의 것이다. 시애틀이란 도시 이름을 낳기도 한 그는 1854년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보호구역’이란 이름의 울타리 안에 가두려 하자 입을 열었다.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들꽃은 누이이고 순록과 말, 독수리는 형제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
대지에게 일어나는 일은 대지의 아들들에게도 일어난다. 사람이 삶의 거미줄을 짜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한 올의 거미줄에 불과하다. 대지가 우리의 어머니라는 진리를 알아야 한다”.
인디언적 가치관을 압축하는 말로 ‘대지는 어머니’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란 표현을 흔히 쓴다. 자연 만물을 인간과 같은 하나의 신성한 생명체로 여겨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생태사상이다. 특히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미타쿠예 오야신”이라는 다코타족의 인사말로, 모든 동식물 등 생명체는 인간만큼이나 소중하다는 삶의 철학을 보여준다.
시애틀 추장은 또 금을 찾아온 백인 무리들에게 “당신들이 땅을 파헤치고 건물을 세우고 나무를 쓰러뜨리면서 짐승들이 사라졌다. 짐승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에게도 일어난다”고 질타한 뒤 “이제 ‘삶’은 끝났고 ‘살아남는 일’만이 시작됐다. 이 넓은 대지와 하늘은 삶을 살 때는 풍요롭지만, 살아남는 일에는 막막한 곳”이라고 말했다.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을 되짚어보게 하는 목소리는 책 곳곳에서 계속된다. 새일리쉬족의 단 조지 추장은 “우리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법, 서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법,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가르친다. 서로 도우며 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수백만명을 죽인 전쟁을 정당화하고 무기 개발에 힘을 쏟는 문화, 형제자매인 자연에 싸움을 걸고 착취하는 당신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전한다.
그는 또 “우리는 개인 소유물을 축적하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긴다. 자연 속의 모든 것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그것을 남들과 기꺼이 나누고, 꼭 필요한 것만을 취한다”며 무소유적 삶의 일단을 보여준다.
다코타족의 오히예사는 “모든 종교적인 열망, 진실한 예배는 똑같이 하나의 근원과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백인 선교사들은 우리에게 자신들의 믿음과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멸망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며 문명인들의 편협함을 꾸짖고, 종교의 본질을 묻는다.
책에는 이밖에 “거위 보호를 위해 힘을 쓰면서 왜 인디언들의 삶의 방식을 보호하려고는 하지 않는가”라며 문화 패권주의를 비판하거나, “우리 문화는 사라지고 있다. 피를 흘리며 숲속으로 기어가 혼자서 죽음을 맞이하는 상처입은 사슴과 같다”는 등 스러지는 문화에 대한 절규도 있다.
되새김질할수록 그 의미가 더 크고, 새롭게 다가오는 말들이 가득한 책이다. 인간이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한 삶의 본질을 캐묻는 그들의 말은 가슴에 더 깊이 새겨질 듯하다.